2017년 10월 5일 목요일

앱스토어 세대 (App Store Generation) - 8. 5분의 대화 (2015년 12월)


- 8. 5분의 대화 (2016년 12월)

 그렇게 정신없이 12월의 중반을 넘긴 후, 피할 수 없는 기말고사 기간이 됐다. 하루 이틀 벼락치기로 공부해서 겨우겨우 시험을 치렀다. 저녁에 있을 마지막 과목 시험을 세 시간 정도 앞둔 긴박한(?) 오후였다. 건물 엘리베이터 안에서 포스터를 통해 그날 있을 학교 창업 관련 행사에 벤처기업 투자자 배기홍 대표님(스트롱 벤쳐스)이 방문하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냥 이대로 쭉 시험공부를 해야 할지, 아니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행사에 참가해서 투자자를 만나봐야 할지를 약 10초 정도 고민해봤다. 설치 수가 1만 명을 넘어가고 있었고, 이것을 우리가 어떻게 더 진행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막막하던 때였다. 당장 투자를 받고말고의 문제보다 순수하게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여쭤보고 싶었다. 또 가지 않고 남아 있는다고 해서 시험 공부가 잘 될 것 같지도 않았다. 윤재형과 간단히 우리의 상황을 ppt로 정리해서 자료를 만들어서 행사장으로 갔다. 일말의 죄책감이 남아 있어 시험공부를 위한 자료들을 함께 가져갔지만 잘 될리가 없었다.

 그렇게 호시탐탐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행사가 각 팀들의 발표와 질의응답 형식으로 이어지고 있어서 순서가 다 끝나고 나서 말을 붙일 수 있었다. 행사를 마치고 나가려는 분을 붙잡고 대략 이런 식으로 인사를 드렸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유니스트의 학부생 이지형, 이윤재라고 하는데요. 저희랑 잠깐 얘기하실 수 있을까요?"
“아 네 안녕하세요. 죄송한데 뒤에 일정이 있어서요. 지금은 조금 힘들 거 같은데. 무슨 일이시죠?”
행사 관련된 교수님 몇 분이 기다리고 계신 듯했다. 서로 난처해하며 3초간 정적이 흐른 뒤,
“저희가 앱을 하나 만들어서 출시했는데요. 한 달 만에 사용자가 만 명이 조금 넘었습니다. 이걸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행시킬 수 있을까에 대해 조언을 얻고자 행사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음 그럼 시간이 많이는 없으니까요. 빨리 얘기해보죠.”
준비해 간 4페이지짜리 소개 문서를 보며 빠르게 설명해드렸다.
설명을 다 듣고 배기홍 대표님은 두 가지 질문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둘이서 만든 거라고 하셨죠, 두 분 각자 역할이 뭐예요?"
“저는 개발을 맡았습니다.”, “저는 디자인을 맡았습니다.”
“그럼 이거 그냥 학교 다니면서 사이드 프로젝트로 하는 거예요 아니면 진지하게 더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는 거예요?”
“사이드 프로젝트의 단계는 지나갔다고 생각하고요. 진지하게 더 해보고 싶습니다.”
“오케이, 그럼 다음 주에 스카이프 한 번 해요. 메일로 연락드릴게요.”

 간결했지만 강렬했다. 내 생의 첫 번째 벤처 투자자와의 대화였다. 그리고 그분이 배기홍 대표님이었다는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우리 회사에 투자한 투자자로서 계속 만나 뵙고 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진심으로 창업자를 대하는 것이 대화 때마다 느껴진다. 누군가 생에 처음으로 대화해야 할 벤처 투자자를 찾고 있고 있다면 강력하게 추천한다. (물론 첫 번째가 아니어도 좋다.) 그다음 주 약속했던 스카이프 미팅을 통해 조금 더 자세한 상황을 설명드리고 대화를 나눴다. ‘프라이머’(http://primer.kr/)라는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깃수 별로 초기 기업들을 발굴해서 투자하고 성장을 돕는 회사)를 소개해주셨고, 그 당시 모집 중이던 batch 9기에 지원했다. 순간순간 스스로 결정하기는 했지만, 긴박한 외부 상황 변화라는 거대한 물결에 몸을 맡기고 흘러가고 있는 느낌에 더 가까웠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학기가 끝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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