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12일 토요일

앱스토어 세대 (App Store Generation) - 2. 학교 창업팀 (2013년 9~12월)


- 2. 학교 창업팀 (2013년 9~12월)

학교 창업팀 Project M


 창업팀은 내가 들어가기 6개월 전에 만들어졌고 여러 학과의 선배 다섯 명으로 구성돼 있었는데, 다섯 명의 충원으로 총 열 명의 팀이 됐다. 그때가 2013년의 늦여름, 1학년 2학기였다. 낮에는 학교 수업을 듣고 저녁부터 늦은 밤까지 창업팀 일을 했다. 그전에는 친구들을 만나거나 동아리 활동을 했던 시간을 온전히 창업팀에 쏟았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그때는 창업 경진 대회가 정말 많았다. 도서관의 스터디룸, 빈 강의실을 전전하며 열띤 토론을 하고 기획서를 작성해서 다양한 창업 아이템 경진 대회에 지원했다.

 다수의 대회를 경험하며 대회 수상의 요령을 터득하게 되어서 몇몇 대회에서 연달아 입상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신기하기도 하고 뭔가 될 것만 같은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쌓여가는 상장과 상금이 팀의 성장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기획력을 가진 팀들을 발굴하고, 상금 혹은 지원금을 줘서 그것들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대회의 목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금과 지원금을 받은 뒤 그것으로 실제 제품을 제작하는 것보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획으로 다음 대회에 지원해서 상금을 쌓아가는 것에 더 매달렸다.

 꽤 큰 규모의 시상식에 참가하러 팀 전체가 코엑스에 간 일이 있다. 분명 기쁜 일로 왔지만 와서는 안될 곳에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대로는 아무것도 안될 것이라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다시 학교가 있는 울산으로 내려가는 기차에서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우리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 그것을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 후로부터 아이디어를 토론하고 문서화하며 그렇게 완성된 기획서로 대회에 지원하는 등의 모든 일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탁상공론. 수십 개의 앱 서비스 아이디어로 수십 개의 대회를 나가면서도 끝까지 제대로 진행되는 것이 없었다. 그나마 그때까지 받았던 상금, 지원금을 끌어모아 외주를 몇 번 맡겨 보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우리가 우리의 일을 제대로 정의하지 못하는데, 외주 업체가 그것을 알고 만들어 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가을에서 겨울로 계절이 바뀌면서 한 학기가 끝나가고 있었다. 한 학기 동안 창업팀 활동을 하는 내내 머릿속에 있던 질문에 대한 답이 어느 정도 명확해졌다.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서비스를 직접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최소한 뭐라도 시작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응당 필요한 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정직하게 들이는 것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작은 규모일지라도 직접 만들기로 결심하고 앱 개발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역시 세상에 공짜로 되는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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