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12일 토요일

앱스토어 세대 (App Store Generation) - 1. 앱스토어 세대의 시작 (2013년 9월)



- 1. 앱스토어 세대의 시작 (2013년 9월)

"자 여러분 앱스토어 시대입니다!"


 X 세대, 88만 원 세대, 베이비붐 세대 등 각 세대를 정의하는 다양한 말이 있다. 나는 스스로를  '앱스토어 세대 (App Store Generation)'라고 정의한다. (편의상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를 모두 포함하여 앱스토어라고 부르기로 한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앱스토어가 끼친 영향은 한 세대를 규정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폰 혹은 스마트폰 세대가 아닌 앱스토어 세대다. 아이폰이 이끌어낸 혁신의 본질은 오히려 앱스토어에 있는 게 아닐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돌고 도는 얘기일 수 있지만 앱스토어의 의미를 조금 더 깊게 생각해보자는 말을 하고 싶었다. 내가 겪어온 앱스토어 세대에 대해 써보려 한다.

 한참 시간을 거슬러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으로 되돌아가보자. 2007년에 아이폰이 세상에 나왔고, 그로부터 2년 뒤 2009년에 한국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다.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었지만 주변에서 아이폰을 쓰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당시에 나는 모토롤라의 폴더폰을 쓰고 있었다. 내 핸드폰은 기껏해야 전화와 문자 그리고 알람을 설정해두는 것이 전부인데 주변 어른들의 아이폰은 촛불도 켜고 총도 쏠 수 있었다. 충격 그 자체였다. 아 이건 진짜 새로운 거구나. 농구에 죽고 살던 중학생 꼬맹이도 느낄 수 있었다. 앱스토어에는 새로 설치할 수 있는 앱들이 보물처럼 쌓여 있으니 아이폰은 새로 만날 때마다 진화해 있었다.

 그렇게 1년간 짝사랑을 키워가던 중 고등학교에 입학했던 2010년에 부모님을 겨우 설득하여 아이폰 3GS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삼성, HTC 등 여러 회사에서 스마트폰을 출시했지만 아이폰에 비해 한참이나 뒤처져 있었다. 아이폰을 사용한다는 건 아이폰 그 자체에 대한 신선함과 더불어 아이폰이 보여주었던 월등함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일이었다. 그렇게 애플빠, 앱등이로 불리는 높은 충성도의 지지층 혹은 광신도들이 생겨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보면 별 쓸모도 그렇다고 재미도 없이 단순한 앱들이 마켓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고, 앵그리 버드를 비롯한 다양한 성공 신화가 탄생했다.

 그중 뉴스와 신문에도 소개되었던 고등학생이 개발한 버스 정보 앱은 나에게도 큰 자극이 됐다. 앱을 만드는 것은 큰 회사나 외국인 어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사실 더 정확히는 '어딘가 크고 돈 많은 데가 만들겠지' 이런 생각에 더 가까웠거나 그 정도의 생각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고등학생이라니. 같은 고등학생이라는 것 하나에 근거 없는 자신감을 얻었다. '나도 앱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야심찬 호기심의 씨앗을 심어주었으니 이 지점이 앱스토어 세대의 발상지와 같은 곳이라 할 수 있겠다.

 곧장 인터파크 웹사이트에 가서 인기 있어 보이는 아이폰 앱 개발 책 한 권과 objective C 책 한 권을 주문했다. 하지만 아이폰 앱을 개발하려면 애플의 맥 컴퓨터가 필요하다는 것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열정만 앞서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대학 입시 준비로 서서히 해야 할 것들이 많아지고 있는 마당에 무작정 매달릴 수도 없었다. 순수했던? 열정을 마음속에 잠시 묻어둔 채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2013년에 대학교에 입학했다.

 2013년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해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며 등장한 '창조경제' 정책과 맞물려 시대 트렌드였던 '스타트업'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었다. 각종 창업 경진대회와 정부 지원 사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적게는 몇 백만 원단위에서 많게는 몇 천, 몇 억 단위의 상금 혹은 지원금으로 대학생들과 예비 창업자들을 유혹했다. 그런 시대적 흐름을 타고 학교에도 창업 활동을 집중해서 하는 팀들이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1학년 2학기가 시작되는 날 이른 밤이었다. 학생회관에 들렸다가 신입을 모집하고 있는 교내 창업팀 포스터를 보게 되었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모른 채 막연한 기대를 안고 창업팀에 들어갔다. 개인적으로 앱을 만들어보려다가 실패했던 경험 때문인지, 여러 사람이 모여서 만들면 정말로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졌던 것 같다. 몇몇 앱들의 놀라운 성공을 멀리서 바라보며 부풀었던 기억이 조금씩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